시각적 주의 (Visual attention)

19세기 이래로 시각적 주의(visual attention)에 대한 연구는 심리학, 신경생리학, 그리고 지각과학(perceptual sciences) 분야의 위대한 사상가들 — 헤르만 폰 헬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 에 의해 연구의 중심 주제로 다뤄져 왔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는 시선 고정 운동(fixational eye movements)을 관찰함으로써 시각적 표본추출(visual sampling)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시각적 주의가 흥미로운 자극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주의와 안구 운동(eye movements)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습니다¹.

시각하는 뇌 (SEEING BRAIN)

우리는 눈, 귀, 피부, 코, 혀와 같은 감각 기관을 통해 세상을 인식합니다. 각각의 기관은 서로 다른 물리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뇌가 이해할 수 있는 신호로 변환합니다. 우리가 주변 환경에 대한 지식을 얻는 데 사용하는 다섯 가지 감각 중에서도 시각은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².

생각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정보는 ‘본 것’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람이 행복해 보이나요, 아니면 화가 나 보이나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위험할까요, 안전할까요?

하지만 ‘본다’는 것은 단순히 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본다’고 부르는 과정의 대부분은 눈이 아닌 뇌에서 일어납니다. 우리의 눈은 단지 빛을 모아 망막 위에 이미지를 형성하는 거친 카메라(crude camera) 역할을 할 뿐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경험하는 시각적 인식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과정으로 뇌에서 생성됩니다².

시각적 주의(visual attention)는 우리가 매일 노출되는 환경 속에서 중요한 정보를 선택하도록 돕는 인지적 과정으로 설명됩니다. 이러한 선택은 상향식 (bottom-up) 처리와 하향식(top-down) 처리라는 두 가지 주의 편향 구조 간의 경쟁적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됩니다³.

상향식(bottom-up) 처리와 하향식(top-down) 처리

상향식 처리(bottom-up processing)는 주위 환경에서 두드러진 사건들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주의가 끌리는 과정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보는 것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감각 정보(sensory information)에 기반하게 됩니다³. 반면에 하향식 처리(top-down processing)는 인지(cognition)에 의해 주도되는 과정입니다. 즉, 뇌가 이미 알고 있거나 기대하는 것을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완해 해석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³.

두 가지 과정을 비교하기 위해 간단한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도형을 볼 때, 뇌는 상향식 처리를 통해 단순히 하나의 수직선, 하나의 수평선, 그리고 두 개의 반원을 인식합니다. 이때는 아무런 문맥(context)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하향식 처리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도형이 서로 다른 문맥에서 제시될 경우, 우리의 주의는 하향식 처리에 의해 달라집니다. 숫자들 사이에 있을 때는 그 형태가 숫자 13으로 보이지만, 연속된 알파벳들 사이에 있을 때는 문자 B로 인식됩니다.

현저성(Saliency)과 시선 추적(Eye tracking)

시각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우리의 인지적 용량은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이 여러 행동학적, 전기생리학적, 신경영상학적 연구를 통해 입증되어 왔습니다. 즉, 주의는 선택적인 과정(selective process)입니다¹. 사람은 색상, 형태, 방향 등과 같은 기초적 시각 특징(primitive features)을 자동적으로 인식하지만, 우리 주변의 자극들은 제한된 인지 자원을 두고 서로 경쟁하게 됩니다². 이때 현저성(saliency)은 자극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 즉 주의를 끄는 특성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팝아웃(pop-out)’ 효과는 복잡한 인지적 조절 없이도 본능적으로 일어나며, 대비(contrast)를 통해 쉽게 유도될 수 있습니다.

자극에서 가장 먼저 시선이 고정되는 지점(first fixation point)과 특정 부분에 머무는 시간(fixation duration)은 시각적으로 더 매력적이고 주목받는 영역을 밝혀주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오늘날 이러한 현저성의 개념은 시선 추적(eye-tracking) 장치를 통해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요소를 손쉽게 관찰 · 검증 함으로써 사용성 평가 및 마케팅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1 Carraasco, M. (2011). Visual attention: The past 25 years. Vision Res., 51(13), 1484-1525. Doi: 10.1016/j.visres.2011.04.012

2 Gazzaniga, M.S. and Heatherton, T.F. (2006). Psychological Science: Mind, Brain, and Behavior. W.W. Norton, New York, (2nd Edition)

3 Lockhofen, D.E.L. and Mulert, C. (2021). Neurochemistry of Visual Attention. Frontiers in Neuroscience, 15, https://doi.org/10.3389/fnins.2021.643597.